유령 문답 01
그를 한마디로 소개해달라니요. 죄송합니다, 조금 곤란합니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젯밤 그는 저를 찾아 왔습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겹습니다. 그렇게 느닷없이 돌아오면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한때 고대 로마인의 죽은 얼굴을 본 뜬 마스크였습니다. 언젠가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덴마크 왕의 갑옷이었습니다. 한번은 독일의 한 학자에게 잡힐 뻔도 했습니다. 엑소시즘인 건가요.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악마는 아니니까요. 그냥 가끔 기분을 나쁘게 할 뿐입니다. 종종 오래된 앨범 속에 머물러있기도 한다더군요. 거울 속에는요? 물론 거울 속에도 있지요. 당신도 무한히 서로를 비추는, 마주 보는 거울의 저주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시체의 모습을 닮았다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왜 아니겠습니까? 시체는 많습니다. 병 걸려 죽은 시체. 물에 빠져 죽은 시체. 사고를 당해 으깨져버린 시체! 농담입니다. 그건 아주 가끔입니다. 심심할 때만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은 조금 유치하다고 여길지도요. 변신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그는 교활하니까요. 절대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어제는 꽤나 우스운 말을 하더군요. 자신은 본디 생명의 본질을 가리킨다나요. 그러합니다. 역시 간단하지 않다고요? 유령과 저의 관계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