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되고자 할 때 나는 그 한가운데서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유운, 『피냐타 깨뜨리기』, 수록 인터뷰 「영혼으로부터 도착한 편지」 중 여행에 관한 답변, 156쪽


시인 이유운은

여행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의 소란을 잠시 멈춰 세웁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쓸모 있는 자격과 그럴듯한 이름이 되라고 재촉하지만,

부여받은 역할과 성취의 무게를 털어낸 텅 빈 자리에야 비로소 진짜 ‘나’라는 본연의 숨이 깃듭니다.

이 문장은 모두가 탐내는 자리를 향해 내달리는 광장 한복판에서,

기꺼이 ‘아무것도 되지 않을 자유’를 선택하자고 다정하게 말을 건넵니다.

과연 우리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도,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용기가 있습니까.


매달 한 권의 책에서 마음에 머문 문장을 골라 건넵니다.

글 홍유진 출판기획자·에피케 대표. 열린책들 기획이사를 거쳤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열린책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모노에디션》 등을 기획·출간했다.